웹소설 설정집 만드는 법
설정집은 연재가 길어져도 인물과 세계가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주는 작가만의 사전입니다. 무엇부터 적고, 어떤 항목을 두고, 쓰는 동안 어떻게 살려 둘지 정리했습니다.
2026년 11월 2일 · 파벨리아 편집부
설정집이 필요해지는 순간
1화를 쓸 때는 모든 설정이 머릿속에 선명합니다. 그런데 서른 화, 쉰 화를 넘기면 주인공의 눈 색깔, 조연이 주인공을 부르는 호칭, 마법을 쓸 때 치르는 대가 같은 작은 사실이 하나씩 흐려집니다. 독자는 그런 어긋남을 작가보다 먼저 알아채고 댓글로 짚습니다.
설정집은 이 문제를 막는 문서입니다. 쓰기 전에 세계를 설계하는 기획서이기도 하지만, 연재 중에는 「이 인물이 전에 뭐라고 했더라」를 3초 안에 확인하는 사전으로 더 자주 쓰입니다.
처음부터 다 쓰지 않습니다
설정집을 만들다 지쳐 1화를 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주인공과 주요 인물 두세 명, 첫 무대가 되는 장소, 이야기의 규칙이 되는 세계관 용어 몇 개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원고에 처음 등장할 때 한 줄씩 더합니다. 설정집은 원고보다 조금 앞서 있으면 되고, 원고보다 훨씬 커질 필요는 없습니다.
인물 시트에 둘 항목
인물 설정은 긴 문단보다 항목으로 적는 편이 찾기 쉽습니다. 다음 항목을 기본으로 두고, 작품에 따라 더하거나 뺍니다.
- 고정값 — 이름 · 나이 · 외형 · 신분처럼 한번 정하면 바뀌지 않는 것. 가장 자주 어긋나는 곳입니다
- 성격 키워드 — 형용사 세 개 안팎. 장면마다 이 인물이 어떻게 반응할지의 기준입니다
- 결핍 — 이 인물에게 없는 것. 인물을 움직이는 동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 거짓말 — 이 인물이 스스로 믿고 있는 잘못된 믿음. 이야기가 끝날 무렵 깨지거나 굳어집니다
- 절대 하지 않을 행동 — 선을 정해 두면 위기 장면에서 인물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 말투와 호칭 — 존댓말 여부, 버릇처럼 쓰는 말, 누구를 뭐라고 부르는지
예시 — 「메밀꽃 필 무렵」의 허 생원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 허 생원을 위 항목으로 적어 보면 이렇습니다. 결핍과 거짓말은 작품을 읽은 한 가지 해석입니다.
| 항목 | 내용 |
|---|---|
| 고정값 | 장터를 도는 장돌뱅이. 얼금뱅이 얼굴에 왼손잡이 |
| 성격 키워드 | 고독하다 · 정이 많다 · 수줍다 |
| 결핍 | 곁에 둘 가족이 없다 |
| 거짓말 | 장돌뱅이 신세에 다른 삶은 없다 |
| 절대 하지 않을 행동 | 평생 함께한 나귀를 버리지 않는다 |
| 관계 | 조 선달과 오랜 동무. 젊은 장돌뱅이 동이에게 마음이 쓰인다 |
이렇게 적어 두면 「허 생원이라면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할까」를 원고를 거슬러 읽지 않고도 답할 수 있습니다.
장소와 세계관 용어
장소는 요약 한 줄과 감각 하나를 적어 둡니다. 「봉평장 — 파장 무렵이면 장꾼들이 흩어지고 전이 비어 가는 시골 장터」처럼요. 같은 장소를 열 화 뒤에 다시 쓸 때 첫 묘사와 어긋나지 않게 해 줍니다.
세계관 용어는 용어 사전처럼 정리합니다. 판타지 · 무협처럼 지어낸 말이 많은 작품일수록 효과가 큽니다.
- 정의 — 한두 문장으로
- 누가 쓰는가 — 특정 집단 · 지역에서만 쓰는 말인지
- 한계와 대가 — 능력 · 제도라면 무엇을 치러야 하는지. 여기가 비어 있으면 위기가 쉽게 풀려 버립니다
- 처음 나온 회차 — 독자에게 언제 처음 설명했는지
관계는 선으로, 변화는 회차로
인물이 열 명을 넘으면 관계를 글로만 적어서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인물을 점으로 놓고 관계를 선으로 잇는 관계도를 함께 두세요. 독자에게 아직 숨긴 관계는 점선처럼 표시를 달리해 두면, 밝힐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관계는 연재 중에 바뀝니다. 적이 동료가 되고 동료가 등을 돌립니다. 관계가 바뀐 회차를 함께 적어 두면, 바뀌기 전 회차를 고칠 때 옛 관계로 쓸 수 있습니다.
설정집을 살려 두는 습관
설정집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만든 뒤 열어 보지 않는 것입니다. 원고와 설정집이 따로 놀기 시작하면 금세 원고가 정본이 되고 설정집은 낡은 문서가 됩니다.
- 한 화를 쓰고 나면 5분만 설정집을 고친다 — 새로 나온 인물 · 장소 · 용어를 한 줄씩
- 원고에서 설정을 바꿨다면 설정집부터 고친다
- 쓰는 동안 설정집을 원고 옆에 열어 둔다 — 창을 오가야 하면 결국 확인을 건너뜁니다
파벨리아에서 설정집 정리하기
파벨리아에서는 인물 · 장소 · 위키가 원고와 같은 작품 안의 파일입니다. 위의 항목을 속성으로 적어 두고, 「연결된 곳」에서 그 인물이 나오는 플롯 카드를 확인하고, 화면을 나눠 원고 옆에 설정을 열어 둔 채 씁니다.